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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역사 KAL007편 격추 소식을 들은 소련 수뇌부의 반응

image.png KAL007편 격추 소식을 들은 소련 수뇌부의 반응

1983년 9월 1일, 미국 앵커리지에서 이륙해 김포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은 소련 Su-15 요격기가 쏜 미사일과 기관포에 맞아 격추당한다. 탑승자 269명은 당연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이 KAL007 격추 사건은 관련 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냉전의 클라이맥스' 였다. 냉전 막바지에  공산진영이 자유진영을 향한 공개적인 대규모 도발인, 항공기 격추를 한 것은 그야말로 준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당시 소련 서기장은 KGB 출신의 강경파 안드로포프였으니 정말 '일촉즉발' 이라는 말이 안 나오면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격추소식을 처음 들은 소련 수뇌부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냉전 시대에 흔한 정찰기 격추 정도로만 생각했고, 여객기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그냥 평소처럼 미국 규탄하며 강하게 나가면 될 줄 알았다. 어록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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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는 분명하다. 외국 비행기가 우리 영공을 제멋대로 드나들게 할 수는 없다. 자존심 있는 국가라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콘스탄틴 체르넨코(차기 서기장)

 

image.png KAL007편 격추 소식을 들은 소련 수뇌부의 반응
-우리는 확고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움츠러들면 안 된다. 움츠러들면 온갖 나라가 우리 영공에서 날아다닐 것이다.

안드레이 그로미코 소련 외무장관

 

image.png KAL007편 격추 소식을 들은 소련 수뇌부의 반응

-걱정 마십시오. 다 괜찮을겁니다. 그들은 아무도, 어떤 사실도 증명하지 못할 겁니다.

소련 국방장관 드미트리 우스티노프가 안드로포프와 한 통화에서

 

image.png KAL007편 격추 소식을 들은 소련 수뇌부의 반응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할 수 없게 말이다. 항공기가 소련 영공을 비행했고, 우리 영토에 아주 깊숙히 침투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당시 농업담당 정치국원)

 

공산당 내 대표적인 매파로 여겨졌던 우스티노프부터 후일 개혁개방을 주도하는 고르바초프까지 항공기 격추는 미국 탓이며, 소련은 정당한 격추를 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서기장 안드로포프는 이미 폐렴이 심해져 병석에 누워있었고, 제대로 된 통치행위가 힘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당시 '프라우다' 신문과 소련 방송은 이 사실을 아주 짤막하게만 다뤘으며, 주요 뉴스는  공산당이 컬러TV 생산 증대와 노동생산성 개선을 발표했다는 것에 맞춰졌다. 9월 7일의 공산당 공식 성명에서도 '첩보 항공기를 격추했을 뿐이다' 라며 끝까지 민항기가 아니라고 우겼다.

 

직접 항공기 격추를 명령한 방공사령관 코르누코프 장군도 애써 책임을 돌렸다.

 

image.png KAL007편 격추 소식을 들은 소련 수뇌부의 반응

-저건 외국 비행기일 뿐이야. 그러니 가슴에 훈장을 달 구멍이나 뚫게.

코르니코프가 실제로 KAL기를 격추한 조종사 겐나디 오시포비치에게

 

물론 조종사 오시포비치 역시 KAL기를 끝까지 '적기' 라고 말하는 등 자신은 명령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속으로는 정말 민항기였을지 모른다며 매우 불안해했다고 했지만, 자신이 하늘에서 269명을 죽인 대량살인자로 여기는 것보다, 소련 영공을 불법침범한 군용기를 격추한 군인으로 여기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했을거다.

image.png KAL007편 격추 소식을 들은 소련 수뇌부의 반응

하지만 이런 모든 행복회로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명확했다소련이민항기를 멋대로 격추했다는 거다. 당연히 레이건과 서방 여러 국가들,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국인 우리나라는 모두 한목소리로 소련을 비판했고, 일본 홋카이도에서 녹음한 소련기의 감청을 공개함으로써 소련의 KAL기 격추 사실을 명확히 했다.

 

또 레이건이 NATO의 무장력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대표적인 게 핵탄두 탑재 능력이 잇는 퍼싱 탄도미사일이었는데, 처음에는 유럽 배치에 찬반이 갈렸지만 KAL기가 격추당하자 반대의견은 쏙 들어가 버렸다. 유럽 젊은이들 차원에서 반핵운동이 있기도 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의지 앞에선 별로 소용이 없었다.

 

이래서 KAL기 격추사건은 레이건에게 있어서 '최고의 정치적 기회'가 되었으며, 말 그대로 소련은 '악의 제국' 이라는 인식에도 더욱 쐐기를 박게 됩니다. 

 

반면 소련은 이런 여론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고, 서기장 2명(안드로포프, 체르넨코)이 연속으로 임기를 채 1년 남짓밖에 못 채운 채 죽어버려서 정치의 혼란도 가중되었다. 이러니 고르바초프는 결국 서방에 백기를 들고,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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