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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사 [디 애슬레틱 칼럼] 왜 우리 팀 키퍼는 자꾸만 패스미스를 해서 나를 화나게 하는걸까[발롱도르~]

https://theathletic.com/5096989/2023/11/29/premier-league-goalkeeper-passing-errors-growing/

 

토요일 야심한 밤에 심심해서 PL 경기를 계속 보고 있으면 골키퍼 물통에 뇌 기생충이 들어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경기가 시작한 지 10분만에 알리송은 페널티 박스 근처에 있는 필 포든한테 패스를 하질 않나, 닉 포프는 골문 앞의 코너 갤러거한테 공을 안겨주고, 애런 램스데일은 골대 코앞에 있는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선물을 준다.

 

이 광경을 지켜본 전 세계 뇌 기생충의 최고 권위자는 영국의 수낵 총리에게 이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한다.

 

“다른 곳도 피해를 입기 전에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총리님! 아, 안돼… 셰필드 유나이티드만큼은…!”

 

https://youtu.be/ND84oyrv558

 

만약 예전보다 ‘저 키퍼 토토라도 했나’ 싶은 패스가 많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그건 기분 탓이 아니다. 6년 전만 해도 ‘카리우스’하는 일은 11경기에 한 번 꼴로 나왔다 - 라운드 당 1번도 안 되는 수치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패스미스가 6경기에 한 번 꼴로 나오고 있고 그 빈도는 아직도 급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이 파멸의 파장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가장 간단한 해석은 단순하게 골키퍼의 패스 수가 2배가 되어 골키퍼의 패스미스 빈도도 2배가 되었다는 것이다.

 

image.png.jpg

지난 10년간 잉글랜드에는 많은 외국인 선수들, 코치들과, 영상 및 데이터 분석가들이 유입되었고, 경기가 전 세계로 송출되는 동시에 SNS를 통한 전술적 분석의 공유가 일어나면서 잉글랜드의 축구는 급격하게 변했다. 이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1줄 요약하자면 이렇다: 골키퍼는 예전처럼 공을 막 걷어내지 않는다.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가 2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한 18-19시즌에는 42%의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의 골키퍼 패스가 36미터(40야드)보다 멀리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그 비율이 25%까지 내려갔다. 코치들은 이제 골키퍼들에게 불안하면 공을 걷어내기보다는 주변을 살피고 상대의 압박을 벗겨낸 다음 1차 압박선을 뚫는 스루패스를 할 것을 주문한다.

 

골키퍼의 패스는 짧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도전적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패스는 여전히 바로 앞의 센터백을 향한 패스지만, 지난 6년간 패스 종착지 히트맵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골키퍼의 패스는 약 5년 전을 기점으로 하여 매우 명확한 변화의 기조가 드러난다. 이전에는 그저 멀리 차버리기만 하던 골키퍼들이 풀백을 향한 정확한 패스를 노리기 시작했다. 이후 몇 시즌 간 페널티 박스 근방에서의 짧은 패스는 점점 늘어났고, 어느 순간 키퍼는 빌드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골키퍼의 패스는 상대를 넘어가는 킥에서 상대 옆의 킥, 상대 앞의 킥을 거쳐 상대 압박을 뚫어버리는 킥으로 진화했다.

 

image.png.jpg

 

현대 축구에서 감독이 발밑과 패스 판단력이 좋은 골키퍼를 주전 골키퍼로 낙점하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로베르토 데제르비는 전술적인 이유로 주전 골키퍼를 로베르트 산체스에서 제이슨 스틸로 바꿨고, 최근에는 상대에 따라 스틸과 바르트 페르브뤼헌을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미켈 아르테타 또한 애런 램스데일 대신 다비드 라야를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으며, 앙게 포스테코글루 또한 중앙으로의 짧은 패스를 선호하는 기예르모 비카리오를 위고 요리스의 대체자로 낙점했다. 이러한 감독들의 선택은 점점 많아져만 간다.

 

골키퍼 유망주들이 축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패스에 있어 단기적인 관점에서 위험 부담이 높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수들 대부분은 좋은 패스 선택지를 가져가고 의도한 대로 패스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리그 차원의 관점에서는 패스와 실수의 수는 비례하지만, 팀 차원의 관점에서는 패스미스 비율이 높은 팀과 낮은 팀으로 갈리는 이유이다.

 

골키퍼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예상 실점 값(xGA, Expected Goals Allowed)이 가장 높은 팀이 골키퍼가 짧은 패스를 선호하는 브라이튼,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이 아닌 이유이다.

 

골키퍼 패스 후 10초 이내에 허용한 예상 실점 값과 골키퍼의 짧은 패스 수를 가지고 분석해봤을 때 번리, 토트넘, 아스널 등 3개의 팀은 골키퍼가 짧은 패스를 평균보다 많이 시도하고 그 대가를 치렀지만, 본머스, 울브스, 에버튼과 셰필드 유나이티드 등 그보다 많은 4개의 팀이 골키퍼가 짧은 패스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골키퍼 패스 후 10초 이내에 평균보다 많은 위기를 맞았다(물론 패스의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매 라운드마다 분석 결과는 급변할 수 있다).

 

image.png.jpg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 패스미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골키퍼의 ‘실수’에는 팀원을 위기에 빠트리는 성공한 패스도 포함된다. 예를 들자면 아래 사진에서 비카리오의 제임스 매디슨을 향한 패스는 연결되었지만 근처에 있던 가브리엘 제주스가 개인 압박을 통해 공을 탈취하고 페널티 스팟 부근에서 슛을 날렸고, 비카리오는 그 순간 멀리 차냈어야 했다고 후회했을 것이다.

 

image.png.jpg

 

이러한 위험을 부담하는 행위가 가치가 있을까? 이건 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다.

 

후방 빌드업에는 팀이 상대의 압박을 패스를 통해 빠르게 뚫어내거나 상대 선수들이 공을 되찾아오려고 하는 점을 노려 상대의 뒷공간을 노릴 수 있는 등의 전술적 이점이 있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최상위권 팀이 골키퍼의 짧은 패스를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단순히 골키퍼가 짧은 패스를 한다고 해서 좋은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번리처럼 말이다. 골키퍼의 짧은 패스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도박과도 같기 때문이다. 후방 빌드업은 레네 이기타가 했던 드리블보다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요즘 보는 골키퍼들의 어이없는 실수는 골키퍼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들은 점차 나아질 것이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이 적당한 것인지, 그리고 언제 이 전술 변화의 흐름이 바뀔지이다.

 

어쩌면 우리는 어느 날 골키퍼의 실수는 좋은 축구에 대한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골키퍼가 공을 멀리 차내도록 만드는 새로운 기생충이 발견될 수도 있다. 

댓글 5

원위 2024.03.06. 22:36
그냥 멀리 뻥 차기만 했을때보단 보는 맛은 있긴 한데
내 응원팀이 후방 빌드업 미스로 먹힐때 생각하면 후
댓글
백태클 2024.03.14. 15:54
후방빌드업 안되는데 꾸역꾸역 돌리다가 뺏기느니 뻥차는게 안정적이긴한데...
공격권을 자꾸 넘겨주니까 감독입장에선 자기가 원하는 공격을 못 풀어나가서 화가나고
팬 입장에선 빌드업 하다 뺏길까봐 불안해서 화가남ㅋㅋ
댓글
rowletter 작성자 2024.03.14. 16:21
 백태클
그리고 마지막쯤에 있는 표로도 설명했는데
멀리 차버리는게 결과적으로 꼭 안정적이라고 하기도 좀 그럼
멀리 차버려도 그걸 상대가 잡아서 공격 전개하는 횟수가 많으면
결과론적으로는 멀리 차서 기회를 허용하는 꼴이라...
댓글
백태클 2024.03.14. 16:24
 rowletter
맞쥬 그래서 시메오네같은 전술이 되게 독특하게 느껴짐
에펨에서 그런짓하면 바로 뚜드러맞다가 겜 끝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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